넷플릭스 영화 추천, 대만 영화 "클래스메이트 마이너스" 同學麥娜絲, Classmates Minus, 2020
대만의 코미디 영화 클래스메이트 마이너스
대만의 블랙 코미디 영화 "클래스메이트 마이너스"는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젊었다고 늙었다고 할 수도 없는 40대 남자들이 주인공입니다. 어찌보면 한참 우울한 현실이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네 사람의 삶이 그려집니다. 영화 초반에 감독이 첫 장편이 잘되고 나서 다음 영화 소재를 고민하던 차에 '동창 친구들이 떠올라 영화를 찍게 되었다'고 알려주더군요. (영화 내내 감독이 직접 말하는 나레이션이 등장합니다ㅎ)
영화를 볼 수록 네 명의 주인공들에게 정도 들고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구나.'라는 공감도 들고 위안도 됩니다.

클래스메이트 마이너스의 독특한 영화 구조, 감독의 독백
감독의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영화를 시작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화면 모습에 멍하니 시선이 끌린 채 감독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감독이 이제 화면 비율을 바꾸겠다고 말하죠. 앞으로 무슨 말을 더 하려나 궁금하게 만드니 우연히 틀었던 이 영화를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감독의 독백
영화를 볼 분들을 위해 말을 줄이지만 감독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시작에 감독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단지 참신하게만 느껴졌다면 영화가 진행될수록 영화 안팎을 오고 가는 감독과 인물의 대화, 해설은 색다름을 넘어섭니다.
감독이 이렇게 직접 말해서라도 여러 삶에 대한 위안을 담고자 한 것 같다'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후반부 명연기까지 보여주는 것은 예상 못했는데 어느새 감독의 팬이 되었습니다ㅎ)
감독의 독백,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에 나오는 삶에 대한 교훈
누구나 성공을 위해 너무 힘주고 살다 보면 20대 때와는 달리, 30대, 40대 나이가 들수록 내 모습이 어린 시절 꿈꾼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한 번 쯤 맞닥뜨리게 됩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럴 때면 '꼭 성공할 필요는 없다.'라는 생각으로 미련한 마음, 상처를 덮어주곤 하는데요.

4명의 40대 주인공들 역시 서로 친한 친구 사이 아니랄까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돈이나 사회적 지위로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네 주인공들은 삶의 태도가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마음 속의 걱정을 눌러두며 꿋꿋하게 살고 있는 모습은 비슷합니다.
첫번째 인물 깡통

첫사랑을 30년 째 너무도 소중하게, 마치 신전에 모시듯 간직하고 있는 깡통. 저는 깡통을 보면서 '아,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참 바보같고 답답할 정도로 순수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감독이 나서서 말해줍니다.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제게는 이런 첫사랑이 없지만, 첫사랑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삶에서 미련할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것이 하나쯤 있죠. 그렇게 생각하면 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하나씩은 손꼽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남이라서 얼핏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질 뿐이었구나라고 생각해보니 깡통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 인물 덕에 감독의 따뜻한 시선을 배우게 됩니다.
두번째 인물 밍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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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쳰은 대표작 없는 영화감독이고 항상 머릿속은 영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영화, 예술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이 인물은 어쩌면 네 사람 중에 가장 큰 순수함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합니다. 밍쳰은 감독이 이 영화 속에 자기 이야기를 담아 넣었던 인물이 아닐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갑자기 선거에 나간다고 선언합니다. 한껏 폼을 잡으며 친구들에게 자기 계획을 말하는 순간 세 친구들의 황당함이 카메라의 현란한 전환으로 묘사되는데 아주 재밌습니다. 그러고 나서 친구들이 놀리지만 선거에 도전합니다.
넷 중에 어쩌면 가장 약게 살아가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영화 뒤로 갈수록 '정치인이 되고 영화를 버린 것인가' 걱정하며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싶은 행동'을 해서 밉기도 합니다. 저는 결혼식에서 선거 유세를 할 때부터 때려주고 싶었는데 뒤에서라도 시원하게 때려줘서 좀 원이 풀렸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도 이 사람 나름대로 아슬아슬한 자기 삶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이 둘에 대한 감독의 나레이션
영화감독이면서 정치인을 하게된 밍쳰, 그리고 첫사랑을 순수히 간직한 깡통. 감독은 그들의 삶을 보여주기만 하면서 두 사람의 삶에 대해 덤덤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하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배우들의 대사에도 표현하려는 것이 녹아 있지만 감독이 해주고 싶은 말이 더 있었던 것 같아요.
밍쳰과 깡통의 삶에 깊게 공감하는 관객도 있을텐데 그들에게 감독이 '다 괜찮은 삶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나봅니다. 감독의 나레이션은 영화의 분위기를 전혀 크게 해치지 않고 완벽히 어우러집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감독의 말을 기다리게 됩니다.
세번째 인물 뎬펑
뎬펑은 갑자기 만화방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거든요. 위 장면일 거예요. 결혼식을 하고 나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한 시점에 뎬펑이 자기 삶을 돌아보며 화면 밖 감독과 대화를 합니다. 뎬펑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여전히 잘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앞서 뎬펑은 직장에서 '옳다'소리는 들어도 '잘한다'는 소리는 못 듣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일을 열심히 하지만 약지 못해서 승진은 못해왔고 작은 집에 살고 남들보다 더 작은 주차장에 주차하며 삽니다. 그 주차장에 손주차를 하면서도 낙관적으로 말하는 장면은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자기 합리화'라고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공감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궁상맞은 것 같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을 살면서 다들 경험해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속상하지 않고 적응한 것인지, 만족한 것인지 꽤 괜찮을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남이 나를 보고 안타까워할 때 오지랖을 부릴 때 괜찮음이 살짝 깨지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가장 우리같은 인물이에요.
네번째 인물 고구마
가장 좋아하는 인물입니다. 이 영화에는 '아호, 나의 아들'에서 멋진 연기를 펼쳤던 배우가 둘이나 나오고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로 등장하는데 그 중 한 배우가 맡은 인물이 고구마입니다. 너무 정이 들어서 이런 사람이 지인이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순박한 인물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인물입니다. 이 영화에는 '아호, 나의 아들'에서 멋진 연기를 펼쳤던 배우가 둘이나 나오고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로 등장하는데 그 중 한 배우가 맡은 인물이 고구마입니다. 너무 정이 들어서 이런 사람이 지인이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순박한 인물입니다.
고구마는 장례용 종이집을 만드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업을 가진 인물입니다. 대만 영화나 대만 드라마를 볼 때 무속 신앙이나 전통 장례 문화, 전통 혼례 문화 등이 가까운 우리와 많이 다르고 더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영화에 이런 문화 요소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인상적이고 저는 이것을 크게 매력으로 느낍니다. Marry My Dead Body(2023), Suffocating love(2024)에도 그런 요소가 짙어서 되게 흥미로웠거든요.
고구마는 말을 더듬어서 생긴 별명이라고 하는데 아픈 할머니를 모시고 삽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키워주셨고요. 장례용 종이집이 벌이가 크지 않기 않아서 결혼을 하지 않고 노총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구마가 말을 안 더듬을 때가 있습니다. 그건 영화로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영화에서 중요하고 슬픈 복선이 됩니다.
평생 혼자로만 살 것 같던 고구마가 중매를 통해 딸이 있는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는 그의 더듬는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뜻을 이해하고 그의 직업이나 삶까지 모두 함께하고자 하는 고구마만큼 순수한 인물입니다. 그의 모든 말을 너무도 잘 알아들어 정해진 인연이구나 싶은데 고구마가 자기 마음을 고백할 때는 부끄러워서 그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하거나 같이 말을 더듬습니다. 영화에서 정말 소중한 장면이고 둘의 행복이 관객인 저에게도 그대로 전해져서 감탄이 나왔습니다.
진짜 집은 못 짓지만, 종이 집으로 자기의 집을 짓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장면은 고구마라는 인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그저 고구마가 이렇게 쭈욱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가장 착한 인물인데 그의 허무한 삶은 너무 속상해서 '인생이 참 잔인하다.'고 느껴집니다. 여운이 많이 남은 이 영화가 끝나는 참에 '친구 라이쥔제(赖俊杰)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고구마는 감독의 작고한 친구를 바탕으로 한 인물이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영화의 엔딩에서는 가사가 매우 궁금한 대만 밴드의 노래가 나옵니다. 감독이 한참 설명을 하니 더 궁금하여 나중에 찾아보았습니다.
"선생님은 열심히 공부하라,
교장선생님은 민족부흥을 호화하는
이때는 중화민국 84년(서기 1995년),
나는 동전 한 닢도 없는데 어떻게 출세하나요?
극장에서 대만 관객들이 받았을 감동은 노래의 가사까지 합쳐져 더 컸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감독이 말합니다. '어려서는 미래에는 성공해 금의환향할 줄 알았는데 마흔이 넘은 나는 날지 못하는 한 마리의 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장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직 마흔이 아니지만 알 것 같네요. 너무 빨리 안 것인지 너무 늦게 안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엔딩 장면이 처음에는 난데없이 느껴질 겁니다. ‘이렇게 진부하게 끝내는 것인가’ 실망하려던 차에 그 엔딩까지 감독이 하려는 말을 담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감독의 대불+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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