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보다 vol1 얼음 중에서 남유하 '얼음을 씹다' / Novum (노붐)

 

SF보다 vol1 얼음 중에서 남유하 '얼음을 씹다'

 빙하기를 맞이한 사람들에 대해 떠올렸을 때 흔히 떠올리는 재난 스토리와는 다르다. 빙하기가  한참 지난 다음의 모습이다. 추운 빙하기에 대한 묘사가 섬세해서 더 시리다. 인육을 먹는 것이 불가피하게 관습이 되어버린 현실은 더 처참하고 모든 것이 얼고 바싹 말라버린 건조한 빙하기가 상상된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훑어보다가 이 단편의 마지막 부분, 자신의 아이의 손가락을 씹는 묘사에 충격을 받아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제대로 읽어보았다. 그래서 '얼음을 씹다'라는 제목이 달린 듯하고 징그럽지만 감각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얼음에 '씹는다'는 말을 붙인 것이 세련되게 느껴졌다.

 이야기 속 비극적인 현실은 처음에 내용에 놀라고 그 뒤에는 슬프고 그럴 수도 있을까 갈등되게 만든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읽은 책 얘기를 늘 들려주는데 이 이야기는 들려주면 못 듣겠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안 읽으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내용을 읽어 나가다가 후반부의 싸우는 장면의 묘사는 내가 못보는 슬래셔 무비를 눈 안감고 보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았는데 그 영화도 색다른 점이 많다고 생각되었는데 '얼음을 씹다'는 더 극적이다.


Novum (노붐)

 이 책의 뒤에 소설만큼이나 재밌는 비평 파트에 나오는 Novum이라는 SF 요소가 흥미롭다. 나는 정보, 사실 위주의 책이 아니면 소설도 에세이도 잘 읽지 않았는데 우연히 친구의 추천으로 테드 창의 숨을 읽고 나서 그 이후에 Sfnal 시리즈를 읽고 켄 리우의 작품과 메타버스 문학상 시리즈 등을 읽으며 SF 소설 중에서 단편만을 재미붙여 읽게 되었다.

 SF 소설에 대해 Sfnal이라고 부르려는 시도를 하는 분과 오늘 읽은 SF보다의 비평파트에서 Novum을 말한 사람 모두 SF 소설을 매우 사랑해서 이 장르에 대해 명확히 정리하려는 노력을 하는 듯하다. Novum에 대해 검색해보다 보니 김보영이라는 서점에서 종의 기원담을 쓴 작가분의 말도 보았다. (SF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SF 소설에 대해 얼핏 알고 있는 대중의 개념, 인식에 대해 바로 잡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Novum의 뜻은 '새로움'이다. 테드 창은 이를 '경이로움'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여기서 '새로움'은 외계인이나 재난 등의 소재만 흥미롭고 신기한 것이 SF가 아니라 현실과 갈등하는 비현실, 낯선 논리적 질서, 지금 당연해 보이는 규범과 전제들을 뒤집어 놓아서 사람들을 인지적 갈등에 빠지게 하고 결국은 지금의 현실을 달리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SF 소설이 왜 재밌을까 생각했을 때 김상욱 교수님이 말한 '미래를 엿보게 해준다'는 말이 그 답이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한층 더 상세한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 SF라서 가능한 과감한 전제들이 창의적이면서도 한 두 번 더 생각해보다 보면 지금 현실에서 하는 고민과 미묘하게 맞닿는다. 그런 세련된 작품들이 많다.

 소설을 진득하니 못 읽는 내가 요즘 SF라는 장르에 재미를 붙이게 되니 작가들이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에 비행기를 처음 탔을 때 만큼 들떠있다. 색다른 일이다. 


얼음

 이 책의 단편들은 '얼음'을 주제로 모여있다. 비평 파트 중 "SF에서 '얼음'은 자연, 미지, 타자, 새로움, 가능성의 소재로 쓰였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어서 메모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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